어머님! 하루해가 기울었습니다.
서산머리에 노을이 붉어집니다
늦도록 귀가 않는 당신 아들 기다리는
이 못난 며느리 보기 민망하셔서
먼산 노을만 바라보시던
어머님 생각에 오늘 저는 지울 수 없는 회한이 찾아듭니다.
어머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눈물줄기 마를 날 없으시던 당신의 젖은 볼이 문득 그립습니다
기나긴 겨울밤 아들 없이 며느리와 지내야 하셨던 어머님
지금 생각해보니 가시방석보다 더 아팠음을 그땐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지나가는 무심한 바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문풍지를 울리면 어머님은 반가운 회심의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혹여 애비의 발걸음인가 무엇이 그리도 힘든 삶인지.
바람잘 날 없는 아들의 삶에 어머님은 늘 죄인이셨습니다.
밤이 새도록 애비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들려주시며
베갯잇 적시던 당신이 그립습니다.
"내가 아들이라고 애비 편인줄 아냐" 시며 수없이 되뇌이며
제게 사죄하셨습니다
저의 잘못은 조금도 탓하지 않으시고 모든 원인을 당신 탓으로 돌리셨습니다.
하루해가 저물어가면 대문 앞을 초조히 지키시던
당신의 모습이 오늘 문득 봄바람에 실려와 내 두 볼을 적시게 합니다.
어머님! 봄볕이 따사롭네요
시집와서 첨으로 당신께 해 드렸던 핑크빛
원피스를 해마다 꺼내 입으시며 연분홍 미소 지으시던 어머님!
한줄기 바람에 후두둑
매화꽃잎이 눈꽃처럼 날리니 어머님 치마 폭에 그려진 분홍꽃들이
바람을 타고 내 얼굴에 와 내려앉네요..
뜨거운 그리움으로 당신이 다가옵니다.
LaLa/200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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