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5장에는 로마 교회를 거쳐 서바나로 가겠다는
사도 바울의 계획이 발표되어 있습니다. (로마서23절~28절)
이 서바나가 바로 지금의 스페인입니다.
초대 교회 시절 이후 스페인 지역에는 4세기경에
프리스길리안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로마 제국 시대였기 때문에 라틴어가 공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성경이 스페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은 13세기 즈음입니다.
그때 스페인에는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유대인들의 필요에 의해 성경의 일부가 스페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280년에 톨레도에 있는 번역사 학교에서
당시 스페인의 왕이었던 알폰소 10세의 후원으로
성경 전체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성경을 알폰소 성경 또는 알폰시나 성경이라고 부릅니다.
알폰소 성경은 히에로니무스가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 성경을 스페인어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478년에 스페인에 종교 재판소가 설립되면서
성경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것과
스페인어로 번역된 성경을 소지하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스페인어 성경도 금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금지령은 약 3백 년간 지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른 나라로 피신해서
성경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때 번역된 성경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지금까지도
스페인어권 개신교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레이나와 발레라 성경’입니다.
이 성경은 카시오도로 데 레이나가 번역하고,
시프리아노 데 발레라가 개정하여 레이나와 발레라 성경이라고 불립니다.
카시오도로 데 레이나는 1557년에
스페인 세비야 근처 수도원의 수도사였습니다.
그는 1517년에 있었던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 운동의 영향을 받아
세비야 수도원에서 종교 개혁 운동을 펼쳤습니다.
같은 수도원에 있던 열두 명의 수도사들이 이 종교 개혁 운동에 동참했고,
이를 계기로 종교 개혁 운동이 세비야 지역 전체에 번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페인 종교 재판소는 레이나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레이나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로 피신했는데,
제네바에서 칼뱅주의의 율법 강압적 교리에 반대하다가
칼뱅주의자들에게도 쫓기게 되었습니다.
그는 영국의 런던으로 도피한 뒤, 스페인 종교 재판소를 피해
망명해 온 사람들이 세운 작은 교회에서 목회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든지 스페인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성경을 스페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스페인의 왕이었던 필립 2세는
레이나를 본국으로 송환해 재판에 회부하려고 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칼뱅주의자들도 제네바에서 있었던 일로 레이나를 고발하려 했습니다.
이렇게 양쪽에서 쫓기던 레이나는 네덜란드를 거쳐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피신했고,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성경 번역 작업을 이어 갔습니다.
그리고 1569년에 스위스 바젤에서 스페인어로 번역된 성경 전체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레이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번역한 성경을 읽기를 바랐고,
스페인 정부와 가톨릭교회에서도 자신의 성경이 인정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권위를 인정받던 불가타 라틴어 성경과 똑같은 순서로 성경 목록을 만들었고,
외경도 같은 순서로 번역하여 성경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와 스페인 정부는 레이나의 성경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금서 목록에 올리고 레이나를 체포하려고 했습니다.
그에게는 스페인 왕이 내건 현상금이 붙었고, 레이나는 이단의 교주로 규정되었으며,
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종이가 불태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성경 외에도 다수의 책을 썼는데,
모두 가톨릭교회에 의해서 금서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후 1602년에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시프리아노 데 발레라가 개정판을 발행했습니다.
발레라는 레이나와 같은 수도원에서 종교 개혁 운동을 하고,
레이나와 함께 스위스와 런던에서 도피 생활을 했던 수도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발레라는 개정판 성경책 서문에서 레이나의 성경 번역본이 이미 다 팔려
더 이상 구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개정하여 발행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개정판을 내면서 외경들을 정경 목록에서 빼고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중간에 별도로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글들을 확실한 글 사이에,
또 사람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 사이에 넣는 것이 맞지 않아서 뺐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고린도전서 3장 6절의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라는 구절과
한 사람은 나무를 심고 한 사람은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의 삽화가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 개정판 성경은 ‘물병 성경’이라고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새로운 스페인어 번역 성경이 나오지 않다가,
스페인 종교 재판소의 권력이 약화되기 시작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에야
가톨릭교회에서 새로운 스페인어 번역 성경들이 조금씩 등장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레이나와 발레라 성경의 개정판들이
꾸준히 발행되었습니다.
1808년부터 1995년까지 열다섯 번의 개정판이 발행되는 동안 외경이 제외되었고,
레이나와 발레라 성경은 스페인어권 개신교도들에게
점차 표준 성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최근 약 100년 동안에는 가톨릭에서,
또 개신교에서 굉장히 많은 스페인어 번역본들이 나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는 20개국이고
그 인구는 5억 명에 달합니다.
가톨릭을 믿는 인구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스페인은 국민의 약 55%가, 멕시코는 국민의 75% 이상이 가톨릭교도라고 합니다.
현재 스페인어권 국가의 가톨릭교회에서는
1954년에 발행된 예루살렘 성경과 1972년에 나온
라틴 아메리카 성경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신교에서는 레이나와 발레라 성경의 1960년 개정판이
지금까지도 가장 대중적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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